저탄고지 식단, 그렇게 좋다길래 해봤어요
저는 40대 중반 주부예요. 나름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도 해보고 식단도 자주 바꾸는 편이었는데요, 어느 날 지인이 “저탄고지 식단 진짜 효과 좋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고지방인데 살이 빠진다는 말이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밥은 줄이고 지방을 늘린다는 말이 솔직히 좀 이상하게 들렸거든요. 근데 검색해보니까 연예인들도 많이 하고, 유튜브에도 성공 후기가 엄청 많아서 저도 혹했어요.
몸무게도 몇 년째 비슷하게 정체되어 있었고, 뭔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시기라 결국 “한 번 해보자” 결심했죠. 저처럼 40대가 되면 뭘 해도 예전처럼 체중이 안 빠지잖아요. 그래서 저탄고지를 딱 한 달만 해보자고 스스로랑 약속했어요.
준비하면서 기대가 컸어요
저탄고지 식단을 시작하면서 느낀 건 ‘음식 제한이 생각보다 적다’는 거였어요. 고기, 달걀, 치즈, 버터, 아보카도 같은 걸 먹어도 된다는 말에 처음엔 신났어요.
“어? 이렇게 맛있는 걸 먹어도 살이 빠진다고?” 하고요. 솔직히 다이어트하면서 먹는 게 제일 스트레스였는데, 이건 되게 자유로워 보였어요. 탄수화물만 줄이면 된다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일주일 식단을 짰어요. 아침은 버터커피, 점심은 삼겹살+쌈채소, 저녁은 계란+아보카도+올리브오일. 나름 열심히 메뉴 짜서 하루 세 끼 꼼꼼히 챙겼어요.
첫 3일은 괜찮았어요. 포만감도 크고, 평소보다 덜 허기졌고. 그런데 4일째부터 몸에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몸에서 나타난 부작용들
극심한 두통
진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어요. 편두통이 아니라 뇌 전체가 쿵쾅대는 느낌. 처음엔 숙면을 못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계속 반복되니까 이상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케토플루(Keto Flu)’라는 저탄고지 초기 부작용이었어요.
몸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라는데, 솔직히 진짜 고통스러웠어요. 약 먹고 누워 있어야 할 정도였거든요.
소화불량과 변비
기름진 걸 많이 먹으니까 소화가 잘 안 됐어요. 배는 안 고픈데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도 자주 나오고.
가장 힘들었던 건 변비였어요. 평소엔 그래도 이틀에 한 번은 화장실 갔는데, 4일 넘게 못 가니까 배가 돌처럼 딱딱해졌어요.
채소도 챙겨 먹으려고 했는데, 탄수화물 함량 신경 쓰느라 잎채소만 먹다 보니 섬유질이 부족했더라고요.
물도 많이 마셨는데 그걸로는 부족했어요. 배가 불편하니까 하루종일 기분이 찝찝했고, 활동량도 줄게 되더라고요.
입냄새와 구취
이건 진짜 민망한 부작용이었어요. 남편이 어느 날 저한테 조심스럽게 “요즘 입에서 냄새가 좀 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충격이었어요. 아무리 식단 중이라도 그렇지 싶었거든요.
알고 보니 케톤체가 많이 생기면 구취가 날 수 있대요. 단식하거나 지방을 많이 태우면 그런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대요.
양치도 열심히 하고, 물도 자주 마셨는데도 잘 안 없어졌어요. 진짜 난처했죠. 사람 만나는 일 있으면 마스크로 가리고 다녔어요.
급격한 기력 저하
한창 다이어트하면 컨디션이 좋아져야 하잖아요? 근데 전 반대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도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고, 앉아 있다가도 몸이 무거웠어요.
출근해서 일하는 것도 버겁고, 퇴근하고 나면 집안일 할 기운이 없었어요. 저탄고지를 오래 하면 에너지가 회복된다던데, 전 한참 지나도 기운이 안 나더라고요.
운동도 병행하려 했는데 몸이 너무 처져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요. 하루하루가 늘어지고 피곤해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자책도 들고요.
결국 저는 중간에 멈췄어요
3주 정도 버티고 나니까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쳤어요. 외식도 못 하고, 가족이랑 같이 밥 먹는 것도 어렵고, 아이들은 제 식단을 이해 못 하니까 혼자 따로 챙겨 먹는 게 너무 고역이더라고요.
게다가 그 와중에 감정기복까지 생겼어요. 평소보다 예민해지고, 남편한테 괜히 짜증내고, 스스로한테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줬어요.
그래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다이어트를 계속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결국 식단을 일반식으로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쌀밥도 다시 먹기 시작했고, 탄수화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적당히 섞어 먹었어요. 물론 폭식은 안 했고요. 그렇게 하니까 몸이 점점 다시 편안해졌어요.
저탄고지 식단이 맞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분명 저탄고지 식단이 효과 있는 사람도 많아요. 단기간에 살도 빠지고, 몸이 가볍다고 하시는 분들 많거든요.
근데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맞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저한텐 지방을 많이 먹는 방식이 오히려 몸을 더 무겁게 만들었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컸어요.
한동안 음식에 대해 죄책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탄수화물 먹으면 ‘이거 먹어도 되나?’ 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그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다이어트에 대한 의욕이 더 떨어졌어요.
지금은 조금 더 균형 잡힌 식단으로 다시 조절하고 있어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너무 편애하지 않고, 하루 활동량에 맞게 유연하게 식단을 짜고 있어요.
운동도 주 3회는 꼭 하고, 스트레칭이나 걷기는 매일 하고요. 이게 훨씬 제 몸에는 맞는 방식이었어요.
마무리하며, 저처럼 저탄고지 시작하려는 분께
무작정 유행 따라 하진 마세요. 어떤 식단이든 내 몸이 어떤지, 평소 소화력이나 기력, 활동량 등을 먼저 고려해 보셔야 해요.
특히 저탄고지는 초반에 몸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 충분히 공부하고 천천히 들어가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내 몸의 신호를 잘 들어보세요. 다이어트는 단기간 프로젝트가 아니라 평생 관리잖아요.
무조건 빠르게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찾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한 줄 요약
“저탄고지 식단, 무조건 좋진 않아요. 내 몸에 맞는 방법이 따로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