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려고 시작했는데 몸이 이상해졌어요
다이어트는 늘 그렇듯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죠. 저도 그랬어요. 40대 들어서면서 살이 쉽게 안 빠지고,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매일 아침 몸무게계에서 실감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유튜브에서 ‘저탄고지 다이어트’라는 걸 보게 됐어요. 고기, 계란, 치즈 마음껏 먹으면서 살이 빠진다는 말에 귀가 쫑긋했죠.
제가 빵, 떡, 면을 진짜 좋아하긴 했지만 “딱 한 달만 참자” 하는 마음으로 저탄고지를 시작했어요. 평소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하면 닭가슴살에 야채만 먹는 게 기본이라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삼겹살에 버터 올려먹고, 계란 프라이 두 개 먹고도 괜찮다니까 솔직히 좀 신났어요. 처음 며칠은 배고픔도 없고, 포만감도 좋아서 “이런 다이어트면 평생 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딱 5일 정도 지나니까 몸에서 이상한 신호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 경고, 어지러움과 두통
머리가 띵하고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저는 원래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면 머리도 맑아지고 활동도 잘하는 편인데, 저탄고지 시작하고 나서는 머리가 무겁고 멍한 느낌이 계속 됐어요. 처음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근데 며칠 지나도 계속 그러니까 슬슬 걱정이 되더라고요. 일할 때도 집중이 안 되고, 회의 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날도 있었어요.
알고 보니 이게 ‘케토 플루’라고도 불리는 저탄고지 초기 증상 중 하나더라고요. 몸에서 에너지원을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적응기라는데, 막상 겪어보니까 진짜 쉽지 않았어요. 에너지 넘치는 다이어트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전에는 없던 두통까지 생겼어요
특히 두통이 너무 자주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두통이 거의 없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오후만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했어요. 물을 많이 안 마셔서 그런가 싶어서 하루에 물을 2L씩 억지로 마셨는데도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까 전해질 부족 때문일 수 있다길래, 소금물이나 미네랄 보충제를 먹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솔직히 그런 거 챙겨 먹는 것도 귀찮고, 돈도 들고…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내 몸엔 안 맞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였어요.
두 번째 경고, 속이 너무 더부룩하고 답답했어요
기름을 많이 먹다 보니 소화가 안 됐어요
저탄고지는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기름을 일부러 많이 먹게 돼요. 처음엔 고기 구워서 버터 찍어먹는 게 신세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속이 너무 더부룩한 거예요. 특히 삼겹살이나 치즈를 많이 먹은 날은 트림도 자주 나오고 속도 꽉 막힌 느낌이었어요.
원래 위가 좀 예민한 편이었는데, 지방 섭취가 갑자기 많아지니까 그게 더 부담이 된 것 같아요. 체한 것도 아닌데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하니까 자연스럽게 입맛도 떨어지더라고요. 먹고 싶은 음식은 다 먹는다 해도, 그게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걸 실감했어요.
변비가 심해졌어요
이건 진짜 고생했어요. 저탄고지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변비였어요. 평소엔 그래도 이틀에 한 번은 화장실 가던 사람이었는데, 저탄고지 시작하고 나서 4일, 5일씩 못 갈 때도 있었어요. 배는 계속 더부룩한데 나올 기미는 없고, 속은 꽉 막힌 느낌이고…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식이섬유가 부족한 게 원인이었어요. 밥, 과일, 채소 같은 걸 거의 안 먹게 되니까 장운동이 멈춘 느낌이었어요. 결국 야채를 의식적으로 더 먹고, 프로바이오틱스도 챙겨 먹으면서 겨우 해결했어요. 저처럼 장이 예민한 분들은 꼭 이 부분을 조심하셔야 해요.
세 번째 경고, 감정 기복과 불면증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었어요
제가 원래 감정 기복이 큰 편은 아닌데, 저탄고지 하면서 이상하게 짜증이 많아졌어요.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일에도 짜증이 나고, 작은 일에 감정이 흔들리는 느낌이었어요. 가족들이 보기에도 예민해졌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이게 혈당이 안정되면서 생기는 반응일 수도 있다는데, 저는 그 안정된 상태가 오기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과도 관련이 있다 보니까 탄수를 확 줄이면 기분 자체가 축 처지더라고요.
밤에 잠도 잘 안 왔어요
불면증도 겪었어요. 원래는 침대에만 누우면 푹 자는 스타일이었는데, 저탄고지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뒤척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자꾸 깨고. 그게 반복되니까 낮에 더 피곤하고, 악순환이 계속되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맞는 일인가 싶었어요. 몸이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망가진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결국 중단하게 됐지만, 배운 게 많았어요
저는 결국 저탄고지를 3주 정도 하고 그만뒀어요. 물론 중간중간 효과는 있었어요. 체중도 약간 줄었고, 처음 며칠은 포만감도 좋았고요. 그런데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다이어트는 내가 건강해지려고 하는 건데, 오히려 내 몸이 고장 나는 것 같았거든요.
중단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다이어트는 유행 따라 할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걸요. 지금은 다시 밥도 먹고 채소도 챙겨 먹으면서 운동 병행하고 있어요. 예전처럼 살 빼는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훨씬 몸이 편하고 마음도 가벼워졌어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분들께 드리는 한마디
“무조건 좋다고 시작하기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들어보세요.”
저탄고지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에요.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분명 존재해요. 해보고 안 맞는다 싶으면 과감히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충분히 현명한 선택이에요. 저는 그걸 직접 경험하면서 배웠어요.